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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공학

- 과거, 현재(2014), 그리고 미래 -

New millenium 은 신세기를 맞이하는 떠들썩한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찾아왔다. IBM-PC의 OS였던 DOS의 연도표기 한계로 발생된 Y2K problem만이 잠깐 동안 의료기기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나 병원에서 일하는 의공학 전공자들의 현실적인 업무 차원 그 이상의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주요 의공학 전공자들에게는 1995년에 시작된 ‘G7 의료공학기술개발사업’이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여 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대규모 국가 연구비(7년동안 1,230억원)의 파워를 실감하며 이 사업의 지속을 위한 물밑 작업이 더욱 중요한 사안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 사업은 ‘의료기기 기술개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이후 총 9년 동안(2002~2010) 3,493억원으로 확대된 규모의 연구개발 사업으로 이어져 의공학 전공자들에게 상당 기간 동안 연구비에 대한 시름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 후속 사업은 앞선 1차 사업에 비해 사업의 규모는 확대되었으나 연구결과의 실용화 측면에서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1차 사업의 결과는 MRI, 초음파, 환자감시장치, PACS, 인슐린펌프 등 여러 건의 상품화 성공사례를 달성했다.) 또한 이러한 연구비의 풍요로움이 동 기간 동안 숨가쁘게 진행된 신기술(New Technology)이라는 이름의 유행과 이에 따른 기존 학문분야 재편의 흐름 속에서 의공학의 학문적 위치와 새로운 연구 흐름에서 의공학의 역할을 새롭게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실수의 한 원인을 제공핬다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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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과 융합기술의 유행은 이미 1990년에 미국에서 시작된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1990~2003)에서 그 싹이 시작되었다. 당시 미국은 HGP가 전 인류의 삶을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해줄 전 지구적 사업이라고 포장하였으나 사실상 미국만이 그 혜택을 가장 알차게 누렸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대규모 정부지원의 결과로 만들어진 염기서열분석(Gene Sequencing)장비를 비롯한 분자생물학적 분석장비 등을 상용화하는 벤처기업들이 생겨나고 이 제품들을 전세계를 상대로 판매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인간의 유전체를 구성하는 전체 염기서열이 해석되면 인류는 질병의 고통에서 해방되고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장된 인간 게놈의 초기 지도는 2000년 6월에 발표되었고 이것은 예상보다 5년 앞서 완성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소위 ‘바이오붐’이 일었고 마침 1996년 설립된 주식시장 코스닥의 활성과 맞물려 수많은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상장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HGP로 대표되는 BT(바이오기술)의 흐름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미국발 NT(나노기술)의 바람이 불어 닥쳤다. 2000년1월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캘리포이나공대에서 발표한 국가나노기술전략(National Nanotechnology Initiative)을 통해 나노기술을 선점하는 국가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논리와 함께 대규모의 정부투자를 선언하였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대규모의 정부연구비가 나노기술로 포장된 주제에 집중 지원되어 너도나도 나노에 뛰어드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러 BT와 NT 신기술의 출현은 이미 오랫동안 기반을 확보하고 전 기술 분야롤 응용되고 있던 정보통신기술(ICT)을 IT로 명명하며 IT, BT, NT의 신기술과 이들 간의 융합기술(fusion technology)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의공학은 태동부터 반세기 넘는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자체가 다학제간 학문이며 의학과 공학간의 상호발전적인 협력을 방법론으로 활용해온 원조 융합학문임에도 이러한 새로운 조류의 선두에 서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고루한 전통학문의 범주로 밀려나 버렸다. 대신 발빠르게 신기술로 포장하고 어설프게 급조된 협력관계를 내세워 새로운 융합의 선구자임을 주장하는 수많은 연구자들의 활약을 걱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기만 한 셈이다. 의공학이 이렇게 신기술 조류에서 밀려나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전자공학과 기계공학의 전통공학 학문 위주의 국내 의공학계 특성 상 생물학 기반 바이오기술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을 들 수 있다. 생물학이 새로운 융합학문의 중심에 서게 되는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동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생체재료학이나 여기서 파생된 조직공학 등을 아우르지 못한 점과 MEMS 기술과 microfluidics기술로 무장한 바이오칩 분야 등을 초기에 감싸 안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은 의공학 발전의 관점에서 매우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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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엔지니어링이라는 이름이 새롭게 사용되면서 병원에서 사용되는 의료기기 중심의 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이라는 이름을 대체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공학적 원리와 기술의 응용을 사람 이외의 모든 생명체로 확장하며 소위 biotechnology 적인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더욱 큰 개념의 학문명칭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국내에서 바이오 분야의 약진은 대부분 전통적인 의공학 전공자들보다는 일반 공학계열 소속의 연구자들이 주도하였는데 대부분의 의공학 관련 학과들이 설립된 지 20년 내외로 초기 교원 T/O를 다 채워 신규임용의 여력이 소진된 상황에서 기존의 공학과들은 이미 전 연령대의 교수진을 다 포함하고 있어 정년에 따른 신규교원 채용 시 새롭게 각광받는 바이오엔지니어링분야 전공자로 채울 수 있었다는 점도 작용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때맞춰 불어온 high impact journal 의 논문에 대한 열풍을 타고 더욱 심화되었는데 전통적 공학기반의 의공학분야 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citation이 가능하여 impact factor가 높은 바이오 분야의 논문 실적을 가지고 있는 연구자들이 대학으로 영입됨에 따른 현상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원래 의공학에 대한 여러 가지 영문 표기 중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표현은 ‘Medical and Biological Engineering’으로 되어있어서 바이오 분야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것은 반성해야할 일이다. 한편 이러한 생물학 위주의 기초적인 연구주제에 대한 관심 증대의 여파로 전통적인 공학기술 중심의 의료기기 개발에 대한 정부지원 연구비가 축소되어 연구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었는데 이러한 현상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제 하에 지방대학에 대한 투자와 육성 정책으로 많은 우수연구자들이 전국에 분포하게 됨에 따라 전 학문분야에 걸친 경쟁심화현상의 일부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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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동력산업으로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관심이 2000년대 후반들어 활기를 띄게 되었다. 선진국대비 원천기술의 열세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가의 값싼 인건비와 빠른 기술추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산업분야로 의료기기 산업은 공감대를 형성하여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 17대 신성장산업에 포함되었고 박근혜정부에서는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대표적인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설명했던 high impact factor journal 논문발표에 대한 관심도 이를 통한 실제 산업화로의 연계가 난망함을 경험한 뒤 그 열기가 식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의공학 전공자들의 역할과 활약에 대한 기대가 다시금 서서히 증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의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증가되고 있고, 의료기기 분야를 타겟으로 하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이 새롭게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한편 IMF지원을 겪으면서 공학계열 출신자들의 직업 불안정성을 경험한 신세대들이 의과대학에 대거 지원하면서 국내의 최우수 인재들이 의과대학으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들을 통해 이미 세계적 수준을 확보한 임상의학이 보건의료기술(HT) 분야의 발전을 선도해야한다는 명분론이 고개를 들고 있으며 국가 주요 대형병원들을 연구중심병원으로 만들어 산학연병의 협력의 구심체 역할을 하게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른 바 중개의학(Translational Medicine)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투자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기초 학문 분야의 연구 결과를 임상 적용 가능한 치료법(의약품, 의료기기, 진단및치료기술)으로 전환(“번역”)한다는 것이 중심개념이다. 의공학이야 말고 이러한 중개의학 연구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연구주제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주변 상황의 변화는 의료기기 전문가를 양성하는 의공학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주변환경의 기회와 위협의 요소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의공학 society는 국내 유일의 의료기기 전문가 집단이며, 임상현장과의 접점에 위치하여 임상요구 파악이 용이하면서도 공학적인 마인드를 갖추었고, 35년 이상 실질적인 융합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반면 신기술의 열풍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였고, 산업화의 성공사례가 일천하며 중소기업 기반이 허약하다는 약점과 국가 발전 단계상 우수인재의 이공계 기피 현상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어려움 들이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신성장동력 산업으로의 인식과 대기업의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진출, 정보통신기술(ICT)분야 글로벌 경쟁력확보 등은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열풍처럼 타올랐던 신기술 분야의 산업화가 부진한 것은 반사이익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전세계적 공통기준과 규격(Global Harmonization Task Force on Medical Devices)을 만들려는 선진국의 기득권 지키기 노력에 따른 진입장벽의 상승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신흥국가들의 추격은 우리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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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사를 통해 본 의공학의 현재와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가능성과 책임감으로 충만한 시기이다. 의공학 전공자들의 공통관심사인 의료기기가 국가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어 다양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산업계에서는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서 의료기기를 채택하고 있고, 이와 연계되어 대학과 대학원에서 의공학 관련 학과에 대한 관심과 지원률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 명백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첫 10년 동안 숨가쁘게 진행되어온 신기술과 융합학문의 열풍에서 자칫 자기 역할과 온당한 지분 확보에 미진한 부분을 다시금 만회하면서 앞으로의 10년 동안 학계와 산업계, 정부를 아울러 학문으로서 의공학과 연구 분야로서 의공학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 의공학 전공자들은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임상미충족수요(Clinical Unmet Needs)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학적 원천기술을 확보하여 임상에 사용될 수 있는 제품으로 연계하는 실용적 연구를 통해 국가 산업발전과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중요한 아젠더를 완성할 수 있어야겠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의공학 전공자 개개인의 발전을 도모하고 이를 전체적인 학문 분야 중흥으로 연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국내 의공학을 이끌어 온 주요 (원로)연구자들에게는 35년 전 학문적 불모지에 뿌리를 내리고 지금까지 눈부신 발전의 초석을 다졌던 선배님들의 앞날을 내다보는 선구자적 혜안이 필요하고, 가장 정열적으로 일하고 있는 (중견) 의공학 전공자들에게는 우리 의공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과 협력을 아끼지 않는 희생적인 참여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research/whatisbme/trendinbme.txt · Last modified: 2014/11/25 13:38 by hc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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